사 람
늦은 밤
일행과 떨어져 무심결에 성소피아 사원 뒷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어두운 밤 주택가인 듯한 골목길은
뿌연 안개처럼 수은등이 을씨년스럽게 내려앉아 있었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접어든 길은 끝없는 미로 같았다
급기야 방향감각을 잃고 출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급한 심정으로 대로 쪽을 찾아 빠져나갈 길을 찾아 헤매고 있던 중
골목 안 깊은 곳에서 한 여인이 내 쪽을 보며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멈칫 정글에서 맹수를 만난 듯 두려움에 떨며 뒷걸음치는데
여인은 더는 다가오지 않은 채 손만 계속 흔들고 있다
환한 불빛을 찾아 허둥지둥 뺑소니를 치듯 헤매다 간신히 큰 길가로 빠져나왔다
어두운 골목의 여자는 누구였을까
창녀촌은 아닌 듯싶고
주택가의 여자가 왜 날 부르고 있었는지 지금도 알 수없다
그냥 나만의 미제 사건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그 뒤로 여행 중에 한적한 밤 골목길을 다니는 것을 포기했다
아직도 그때의 강한 트라우마가 생생하게 남아있다
어떤 시공에서는
사람이 제일 무섭고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