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오후 / 나의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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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履歷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10. 12. 00:11
生의 履歷
이번 생은 간신히 넘어 가는 듯 하다
전 생은 어땠는지 잘 모르겠고
다음 생이 온다면 좀 더 현명한 삶을 살고 싶다
사람의 생이라는 게 각자 다
달라서 만사가 다르고 다양하다
다음번엔 좀 더 치열하게 살고 싶다
미워한 사람에게 죄송하고
사랑한 사람에게 송구하다
별 볼일 없는 사람 눈에 띄어서
인연다운 인연도 아니면서
가슴에 멍과 티로 남겨져 미안하다
방약무인(傍若無人)으로
한 치 앞을 모르고 살다가
종착역이 가까워지니 후회가 남는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을까
늙은이가 할 일은 별로 없다
시간을 세월에 송두리째 빼앗기며 헛되게 살고 있다
어느새 단풍이 들고 잎새들이 떨어진다
나무의 생은 저리 단순한데
사람의 생은 변화무쌍하다
가을 나무 밑에 앉아서 지나온 생을 회상한다
까마득히 지나간 먼 날들이 눈에 들어오고
까무룩 하게 가는 길이 멀어진다
러시아 갱들은
지나온 삶의 이력을 온몸에 문신으로 새긴다는데
나는 새겨 놀 문신도 없다
아, 나도 저기 저 나뭇잎처럼 지고 마는가
길가에 낙엽 밟기가 두려워지는 요즘
가을비 오는 소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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