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이란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11. 9. 11:10

 

 

 

 


가을이란

 


내게 가을이란
숨죽이고 누워서 창밖 나뭇가지에 이는 바람을 바라보는 일이다

오늘 가을비가 내렸다
가을비란 요란하지 않다
추적추적 나뭇잎을 적실 정도 그만큼이다
비 맞은 이파리들이 윤이 난다
마치 참기름을 발라놓은 듯이

미술관 옆 주차장이 텅 비었다
그 자리에 낙엽들이 쏟아져 덮여있다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아 들고 동물원 쪽으로 방향을 튼다
청계산이 비에 젖어서 더 짙다
올 단풍산은 유난히 곱다

가을이란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기 좋은 계절이다
사유하기도 좋은 계절이다
죽기도 좋은 계절이고
울기도 좋은 계절이다

동물원이 비에 젖어 모두들 우리 안으로 숨었다
세렝게티에서 이사 온 그들의 가을은 여전히 춥다

설악에는 오늘
비 대신 눈이 내렸다
가을이 깊어가는 중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놈의 밥  (0) 2021.11.11
가을남자  (0) 2021.11.10
깨져가는 풍경  (0) 2021.11.08
입동  (0) 2021.11.07
대답 없는 안부  (0) 2021.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