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오후 / 나의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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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몰락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1. 3. 09:29
제국의 몰락
세월이 무심히 도 흘렀어요
여기까지 올 줄 저도 몰랐어요
물 흐르듯 흘러온 세월 앞에 망연히 서 있습니다
인연에 치어 만나고 헤어짐의 연속이었지만
반세기 동안 애증과 권태와
소진 속에서 영혼은 닳고 닳아
몰락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제국은 없습니다
로마제국처럼 소돔과 고모라처럼 조선 제국처럼 다 허물어지고 말았습니다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고 했습니다
세월이 다 쓸고 간 다음
그 자리에 새로운 싹을 틔우니 말입니다
잠깐 다녀가는 이승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불멸 저승으로 가는 길목일 따름이지요
세월이 무상합니다
인간 따위가 한 겁 세워놓은 문명은 그 운명을 다해 갑니다
몰락입니다
우리는 한때
오밀조밀 모여 앉아 웃고 떠들던 티끌에 지나지 않았어요
인간의 역사는 바람 앞에 등불 같은 것
훅 불면 사라져 버리는 무심의 바다처럼 사라지는 겁니다
인생에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젊음은 단명했고
그 이후는 애도의 시기입니다
계절은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수없이 오고 갈 것이고
우울의 그 끝은 계획된 자들의 자명한 일이 아니겠어요
세월 쉬지 않고 흘러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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