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안부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3. 26. 00:06

 

 

 

안 부

 


두 번의 고비를 넘기고 퇴원해 집에 있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죽어도 두 번 다시 입원 안 할거다"
"차라리 죽는게 낫다"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으면ᆢ

내가 먼저 안부 전화를 했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쳤다
그새 죽을 고비를 또 넘긴게다
그러며 또 오 륙년은 더 살게 생겼다며 투덜 댄다
아프게 수술해서 얻은 연명 소득이란다
죽을 때 되면 죽어야지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ᆢ

그래도, 그래서 이렇게 전화도 하고 목소리도 듣고 살아있으니 좋지 않느냐고 위로했다
중환자실은 지옥이었고 개 돼지만도 못하고,
기저귀 차고 혼자 지새는 밤이 너무 힘들었다고
다신 병원 안가겠다고 한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자식들이 실어다 병원 응급실에 가져다 놓는걸 어쪄냐고
그러면 의사는 또 살려 놓는걸 어떻하냐고
이렇게 몇년 더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병원 가기 싫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도 살아있으니 좋은 거란다
비럭질을 해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더라
친구야 살아라, 더 살아라
네가 가면 나도 가야 한단다
안부전화 자주 할께 살아 있어라 친구야ᆢ

만재(晩才) 시인께서는
인생은 구십 부터라고 하시더라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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