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저 붉은 바다 위에 던져진 조각배 하나
내가 너라면 노을에 빠져 죽어도 좋아
바람도 없고 소리도 없고 그저 적막강산인 날
사는 동안 널 잊고 살아 주마
하던 맹서도 부질없다
멈춘 세상엔 노을만 가득하니
물 비늘도 붉구나
바다도 붉구나
네 눈물도 붉구나
다 붉어서 울어버릴 노을이여
배 하나 달랑 띄우고 세상이 다 잠들어서 적막한
먼바다를 바라본다
오랫동안 사랑해서 미안한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너도 저 노을이 보이느뇨
기억하지 말아 다오
그렇게 한 세월이 지나가서
두려울 것도 없는 나이에야
비로소 불러보는 이름이여
안녕, 내 사랑
이렇게 네 노을이 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