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그땐 그 거리에 내가 있었어
아무도 없는 빈 골목을 지나
딸랑이는 전차가 다니는 광장 뒤편 교회 언덕에는 흰 눈이 소복이 쌓였었지
세상엔 아무도 없는 듯 기괴했어
거리엔 발자국도 없어서
태초의 땅처럼 순했지
우체국 앞을 지날 때 전차가 스쳐갔지만 태운 사람도 하나 없이 혼자 지나갔어
꿈속인 듯 세상엔 아무도 없이 고요했어
어쩌면 강아지 한 마리 없을까
커다란 백화점 문도 굳게 잠겨 있었어
철 지난 대형 트리가 장승처럼 묵묵히 서 있고
분수대의 분수도 꽁꽁 얼어붙어 있었지
어디선가 까마귀 울음이 들리는듯 했어
지하상가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붉은 경고문이 붙어 있었어
"폐쇄"...
그때 하늘로 비둘기 떼가 하얗게 솟아올랐어
그리고 검은 비가 내렸지
무너진 세상
그때 그 거리엔 나 홀로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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