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광사 뒤뜰 징검다리를 건너며 문뜩 생각했다
이 사랑은 오래가지 못 한다
내려가는 솔 길에서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천리향 보다 만리향이 더 깊은 것은 멀어서 이다
태평양이 먼 것이 아니라
몸이 먼 것이다
그래도 송광사 뒤뜰은 고즈녘하고 좋았다
순천만을 돌아
송광사를 찾은 것은 우연이었다
불교도가 존경하고 섬기는 불 · 법 · 승을 삼보라 하는데 불의 통도사, 법의 해인사, 승의 송광사를 삼보 사찰이라 했다
능허교 밑으로 떠 있는
물 그림자를 보며 말없이 한참을 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이별 뒤에 사랑이 더 진하다고 했던가
그렇게 우린 돌아오면서
예감했다
그리고 뒤뜰처럼 다만 고요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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