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라일락 향기 흩날리는 저녁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4. 5. 17:05



봄비 소식에 외출
카페테라스에 앉아 비와
흩날리는 벚꽃 눈을 감상하고 있다

산다는 게 별 것 아니라서
철 따라 피고 지는 꽃 보며 물 흐르듯 살아간다
비행기 타고 먼 나라도 다녀보고
마음 따라 길 따라 정처 없이 방랑도 한다

초저녁 어느 집에서 날아온
맛난 김치찌개 냄새에 허기가 난다

5월에 피는 라일락이 벌써 꽃망울을 터트렸다
동네 구석구석 향기를 몰고 다니는 그 꽃 냄새가 좋다

열대 꽃들은 화려하지만 향기가 없다
사계절 피는 우리 동네 꽃들은 향기가 짙다
매화, 생강나무, 치자, 천리향, 라일락, 아카시아, 장미, 찔레꽃, 조팝, 수선화, 구절초, 서향동백ᆢ

삶은 나를 지치게 하고
초라하게 하고 아프게도 하지만
가끔은 살아 있음에 기쁘게도 한다

커피 한잔과
꽃 향기와
음악이 흐르는
비 내리는 동네 저녁이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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