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우는 나를 기대게 해주는
비탈에 위태롭게 설 때 웃어주는 이가
그대였으면 좋겠다
봄 여름 가을 중에서 어느 길로 나설까 망설일 때
눈처럼 희디 흰 겨울마차를 태우는 그대는
그리움이 되지 못하고 떠나가네
어디쯤일까
우리가 만나고 헤어지던 길목이
또다시 만날 일이 없기를... 하지는 말기를
여울목 따라 돌돌 겨울 강물이 흐르고
거기 겨울 갈대로 울고 서 있어
철새 울음으로 다시 조우하지 않을까
어느 포구 시장통이나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는 높은 계단 층계 위로
서성거리며 머뭇거리는 발자국 소리
밤늦은 뒷골목 포차에 새긴 그림자에도
가슴 설레는 우리는 세기의 방랑자
언제나 타인이란 이름으로 살지
어디쯤일까
우리가 그리움였음을 노래해 줄 그곳은
* 김낙필, 시집《나의 감옥》 오늘의 문학사,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