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잉어의 물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7. 11. 18:03



어느 여자 시인이
서른의 잔치는 끝났다고 했다
늘 치열하게 살아야 연장할 수 있는 삶이 힘겨웠던 모양이다

생은 투명하지 않다
잉어의 물처럼 혼탁하고 지저분하다
그곳에서 자생력을 키워 살아 남아야 한다

시는 투명해야 하고
삶도 투명해야 하고
영혼도 투명해야 한다
잉어의 물에서 오물을 걸러내고 자체 정화를 해야한다
그렇게 투명해 지려고 애쓰다가 한 生이 간다

시인은 아프다
삶과 싸우려니 아프다
찬란했던 서른의 잔치에 썰물처럼 빠져 나가버린 자리에
오물들이 쌓였다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고통이다

투명해 지려는 것은
무리 였다
흙탕물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했다
잉어의 물은
잉어에게는 오아시스 였고
마셔도 탈이 안나는 생명수,
자양분 이었다

여자 시인은 잉어의 물에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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