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떤 귀로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9. 28. 07:20



열차가 금강을 지나고 공주를 지나서 용산으로 향한다
간혹 터널을 지날 때는
하늘에 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의 집들이 끝도 없이 이어져
징하게 늘어서 있다

열차는 말없이 조용히  흘러간다
다만 빈 객석에 들어 누워 트로트 음악을 틀어놓고 있는 할머니와
신발 벗고 간이 식탁에 발 올려놓고 있는 옆 좌석 할아버지가 신경 쓰인다

스피커 폰으로 통화하는 이줌마는 사생활을 노출할 만큼 큰 소리로 통화한다
여자 화장실이 사용 중이자 바로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는 어떤 여자분
간이 큰 건지 엄청 떳떳하다
이 열차 노선은 아직도 수준이 낮다

분위기가 개판인데 말도 못 하고
남해에서 서울까지의 귀로는 기분이 영 꿀꿀하다
이조 시대 인가?
인도 열차 인가
여긴 아직 1960년대 열차 인가ᆢ

내려가는 여수행 열차는 산뜻했는데
귀가하는 서울행 KTX 열차 매너는 완전 꽝이다

이 나라는 모든 것이
아직 미개하다
한 세대는 더 지나가야
제대로 기본이 설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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