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겨울 詩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12. 28. 22:22



삼동설한에 詩를 씁니다
가을 추수 전까지는
논 밭에 나가 살고
집에서는 꽃밭 관리하고
해가 지면
팔다리 아프고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그래야 새벽에 일어나 또 일하러 나가지요

무릇 시인이란
늘 읽고 쓰기를 밥 먹듯
생활화해야 하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농사일에 매달려 살다 보니
추수철이 지나가야 세상을 관조할 시간이 조금은 나오지요
그래서 겨울에서야 밀린 숙제처럼 詩를 씁니다

농사꾼이 무슨 시를 쓰냐 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글쓰기를 운명처럼 사랑합니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랑이지만
숙명처럼 사랑합니다
자연에서 깨우치는 섭리를 詩로 스승처럼 모십니다

세상은 만물들은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은 없지요
벼농사를 짓고
밭농사도 하고
꽃도 키우지만
詩도 함께 꼭 키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논밭 작물 다 키우고 나서
겨울에는 詩를 키웁니다

그래서 나는
겨울에 詩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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