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桃姬의 私生活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12. 26. 08:04



평범한 일상을 영위한다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누구에게는 사치스러운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율배반적인 논리다

시도 때도 밀려오는 파도처럼
불운은 예고가 없다
사랑하고, 상처받고, 이별하고
삶의 무게가 양어깨를 짓누르면
현실은 가시밭길 같아지기 마련이다

生이 사치처럼 느껴질 때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싶어진다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아픔을 몸소 감내해야 하는 것이므로
사치와는 거리가 멀다

뜬금없이 예상치 못한 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이혼 후 다시 쓰기 시작한 극본 드라마 수상은 간혹 있었지만
한국 문학상은 꿈에도 생각 못한 쾌거라 할 수 있었다

이제 살아야겠다
돈을 벌어서 아이도 만나고 집도 사고 멋진 자동차도 굴리고
맛있는 것도 맘껏 먹어야겠다는
욕망이 다시 되살아났다
극본이 상업 영화화 되고
드라마가 히트 치면서
桃姬는 유명 스타작가가 되어갔다
엄청난 부도 축척했다

평범한 일상이 아니라
유명인의 일상을 영위하기 시작했다
상류사회는 꿀이 흐르는 땅과 같았다
그리고 나는 십여 명의 새끼 작가를 거느린
수백억의 연봉을 받는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다

바빠서 아이는 볼 수가 없다
평범한 일상은 싫어졌다
나는 35층 펜트하우스에서 파티를 여는 히어로가 됐다
찌질이 도희는 거지에서 별이 됐다
그리고 과거는 모두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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