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무 이불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1. 26. 08:52



엄동설한
나무들이 이불을 덮었다
나무가 추울까 봐 동심들이
털실로 짠 이불을 싸 매 주었다
아이들이 어른들 스승이다

어른들은 야당, 여당 패 나누어 권력 싸움에 혈안이고
신당을 창당한다 뭐 한다 싸우려면 다수당이 있어야 한다나 뭐라나
난리 버거지다

애들만도 못한 인사들은 당파 싸움에 정신이 없고
나무들이 추운 줄 알겠는가
백성이 추운 줄도 모르는데
나랏 배는 자꾸 산으로 기어 올라간다

우리 동네 나무들이 이불을 덮었다
한파에 나무들이 동상 걸릴까 염려되어
아이들이 한 땀 한 땀 고사리 손으로 뜨개질한 털 조끼를 입혔다

어른들이 망쳐버린 세상
추운 나무마저 걱정하는
아이들은
암울한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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