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천 개의 만두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2. 9. 23:21



설날 전날
집집마나 전 부치는 기름 냄새가 풍기고
식구들끼리 모여 앉아
김치만두를 만드는데
네께 이쁘니 내께 이쁘니
너무 크니 작니
천 개의 만두를 빚는다

천 개의 만두는 천 개의 행복
내일은 차례도 지내고
헤어져 지냈던 형제들이 함께하는 즐거운 명절이다
꽉 찬 고속도로를 뚫고 하루종일 기어 왔지만
도착해 해후하니 기쁜 하루였다

만두를 빚는 집이 제일 부럽다
맛도 없는 김치만두를 시장에서 사다가 끓이는 떡국은 제 맛이 안 나서 섭섭하다
묵은 집김치로 숙주와 두부, 돼지고기, 당면 넣고 만든
어머니표 김치 만두가 많이 그리운

천 개의 만두는 천 개의 사랑
가족끼리 둘러앉아 빚는 행복의 하모니
만두를 빚는 그 집들이 부럽다
천 개의 만두를 빚는다는
그 친정집 만두를 찐 먹고 싶다

형제들이 모여 두런두런 밤을 밝히던 기름진 저녁이 가물가물하다
천 개의 만두를 빚는다는 그 집이 너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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