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의 봄은 다시 오지만
나의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사람의 봄은 한 번뿐이다
묵은 옷들을 끄집어내 수거함에 버리는 것처럼
내 봄도 수거함에 넣었다
누군가 내 봄을 꺼내 빨아 입겠지
오늘은 도화꽃 핀 과수원길을 걸으며 꽃 그림을 그려야겠다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갈 수야 없겠지만
그리해서라도 그날의 냄새를 맡고 싶다
때로는 기억을 버리고 살고 싶다
얼룩진 상처를 끄집어내 말려봐야 슬프기만 할 뿐 남는 게 없다
때로는 멍하게 사는 것도 편하다
말을 잊어버려서 말 못 하는 사람이 될 때까지 사는 일은 없도록 해야지
봄볕 드는 계단에 앉아 해바라기를 한다
바람이 뺨을 간질이고 간다
목련나무 꽃 봉오리가 움트고 진달래가 피면 나는 칩거한다
나의 봄은 이미 강을 건너고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