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夢中人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3. 11. 08:18



수천 킬로를 날아가도
그곳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사람들이 거리를 바쁘게 활보하며
먹고 마시고 웃고 있었다

몽상, 망상, 미망, 몽중인ᆢ
우는 사람, 길가에 누워있는 사람, 개처럼 주워 먹는 사람, 롤스로이스를 타고 가는 사람, 붉은 승복차림의 사람, 원숭이와 노는 사람
다양한 종류의 인간들이 섞여 사는
세상의 뒤안길을 걸었다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터에서 공포에 질려 하루하루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환락의 도시에서 풍요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의 차이는 없다
다 아프게 산다는 것
모두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에서 비롯된 원죄이다

여지없이 낮이 지나가고 밤이 온다
거리마다 가로등이 켜지고
포탄이 날아드는 저녁
살육의 현장에도 봄이 오고 꽃이 핀다
나비들이 날아든다
나비들은 총칼과 미사일을 겁내지 않는다
오로지 꽃을 찾아든다

이 땅은 하나다
둥근 우주 안에 있다
인간은 오늘도 죽고 죽이며 살아간다
지구 반대편으로 노을이 지면
이곳은 아침이 오고
출근시간 지하철 신도림역에는 사람들로 꽉 차서 계단을 오르내릴 수가 없다

그렇게 떠밀려 가며 살다 보면
사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꿈속 인가ᆢ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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