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인생에 들어와 詩가 되어준 사람
날 먹이고 입히고 씻기던
그 사람이 떠나 버렸다
사랑이 식어서였을까
마지막 나의 몸 치수를 재고 옷을 만들다가 떠났다
어디쯤 가고 있을까
외롭지 않을까
적막하지는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한다
잊고 살고 있을까
아직도 내 옷을 짓고 있을까
내 방을 꾸미고 계실까
바늘귀는 잘 꿰고 계실까
떠나서도 늘 내 곁에서 맴을 돈다
지금쯤 화가
풀리셨으면 좋을텐데
괜한 걱정을 하며 속을 태운다
그러다 그러다
동지섣달 긴긴밤이 지나가면
또 봄이 온다
떠나던 날에도 종일 비가 내렸는데
오늘도 진종일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