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침묵의 소리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4. 26. 00:45



고요 속에 얼마나 많은 말들이 숨어 있었는지 모른다
회개하고 갈등하고 울부짖고 체념하고 했던 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묵언은 또 다른 수행이었음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신은 고통을 주며 말한다
시험이라고
나는 그 시험 속에 들지 않았다
고통에 힘들어했고 벗어나려 애쓰며 살았다
지나고 나니 별 것도 아닌 것처럼

신은 흘러가는 시간을 내게 주었고 깨닫게 하셨다
고통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 있었다는 것을
신의 시험이었음을 알았다
말은 사약이었다

듣는 보는 모든 것이 소리는 아니다
눈을 감고도 보이는 것
말을 하지 않고도 들려오는 것
무막이다

내가 한 말들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모두 허공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산산이 부서져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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