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9. 25. 10:51



칼은 요리 도구다
칼은 살해 도구다
요리와 살해는 근친이다
회를 뜰 때 사시미 칼은 예리하다
군살 없이 매끈한 포를 뜬다
이 칼은 사람을 살해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사랑은 실체가 없다
무색무취다
신기루와 비슷하다
이 무제에 사람들은 목숨을 걸기도 한다
인간의 역사는 사랑에 얽혀있다
배반과 모반의 역사다

칼과 사랑은 닮았다
살해의 도구로써 닮았다
사랑하며 회를 먹기도 한다
칼이 총이 되고 원자폭탄이 되고
사랑은 배신과 음모가 되고
그렇게 세기말 역사가 흘러갔다
칼과 사랑이 사라진 먼 미래에는
무엇이 세상을 지배할까

기계들의 인공지능 머리에 사랑이 살 수 있을까
회를 먹을 수 있을까
오아시스는, 신기루는, 맨드라미는, 봉선화는 볼 수 있을까

그 많은 칼을 갈았던 우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역사속 전설로 남았다
칼은 지금도 주인을 찾으며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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