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대는 날 잊고 사는 줄 모르겠지만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5. 3. 12. 00:43



그대는 날 잊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대를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불공평하다고 생각은 안 합니다
잊는 사람은 잊고
기억하는 사람은 기억하고
그러면서 사는 것이 각자의 몫이지요

그대도 어쩌면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내가 아니란 것도 잘 압니다
그래도 섭섭하거나 서운하지 않습니다
緣이란 사람이 주관하는 범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대는 날 잊고 사셔도 상관없습니다
다른 누군가를 그리워해도 됩니다
나만 그대를 기억하면 되니까
그렇게 세월이 다 소멸한다 해도 괜찮습니다

아,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세월이 다 갔습니다
세상이 이젠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대만은 가슴에서 지워지지가 않네요
그대를 잊지 못하는 까닭은
이승의 끈질긴 업보인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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