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八字 3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5. 4. 12. 07:05



남자가 주부 습진이라니
부끄러워 어디에 내놓고 얘기할 수 도 없습니다

알손으로 쌀도 씻고, 김치도 썰고, 상추도 씻고, 과일도 씻고, 설거지도 하고 하다 보니 손이 마를 날이 없네요

고무장갑을 끼고 주방 일을 해야 하는데
불편해서 알 손으로 하다 보니 결국 습진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왜 오른 손가락 둘째 마디에만 습진이 생겼을까
그건 알 수가 없습니다

사내가
밥도 하고 반찬도 하고 설거지도 하는 일이 이젠 흉도 아닌
세상이지만
그러다 보니 주부들의 전매특허인 주부 습진이 걸렸습니다
약을 발라도 자꾸 손에 물을 묻히게 되니 쉬이 낫지를 않습니다

팔자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주부들은 질 좋은 실리콘 주방용 장갑을 사용하시니 습진 따위는 걸릴 일은 없다는데
이 사내는 어리석고 우매합니다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납니다
그 손에서는 늘 김치, 마늘 냄새가 났었는데
내 손이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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