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4월의 눈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5. 4. 14. 06:46


밤늦도록 글을 쓰다 창밖을 보니
수은주가 내려가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사월에 눈이라니 반갑다

때 아닌 눈으로 목련이며 수선화며 진달래가 놀랬겠다
청명을 지나 곡우를 앞두고
북에서 내려온 한냉전선이 한반도를 덮쳤다
그리고 사월의 눈이 내렸다

잠시 눈을 돌려 창문을 열고
봄의 눈을 영접한다
날씨란 알 수가 없다
물론 지구의 이상 기온으로 벌어지는 기상 이변이다

여름에 들어서는 立夏가 한 달도 안 남았다
그런데 사월의 밤에 눈이 내린다
벚꽃이 만발했고 튤립이 피고
개나리 꽃이 아직인데 눈이라니
계절이 뒤죽박죽이다
눈은 고요하게 내렸다

나는 차마 잠을 못 이루고
창틀에 턱을 괴고 살구나무 꽃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
사월에 눈을 보고 있다
밤은 어느새 삼경으로 가고 있다

늦은 아침 깨어보니 사월의 눈은 온데 간데없이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꿈이었나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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