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물 위의 집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5. 5. 21. 08:51



나의 집은 물 위에 있다
평생을 떠 다녔고
바람 부는 대로 흘러 다녔다
뿌리를 박지 못하는 부초처럼
파도에 떠밀리며 살았다

어느 날 섬에 닿았다
포구에서 주막을 열고 나그네들을 재우고 먹였다
세월이 가서 섬은 다리가 놓이고 뭍이 되었다
그 주막은 수백억짜리 높은 빌딩이 됐다
부자가 됐다

물 위의 집이 뭍의 집이 됐을 때 기쁘고 행복했다
그렇게 세월 따라 8남매를 낳고 길렀다

내가 늙은이가 됐을 때
자식들이 빌딩을 나누어 가졌다
그리고 나는 다시 부초처럼 떠다니는 신세가 됐다
그리고 지금 물 위에 떠다니며 산다

물이 편하다
물보다 진한 사랑은 없다
애초에 물은 나의 고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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