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한 의학 논문지 발표에는
일주일에 8잔의 술을 마시는 사람은 13년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결국 하루에 한 잔도 나쁘다는 이론이다
하루의 노고를 퇴근길에 한 잔의 술로 풀던 셀러리맨들의 애환에 찬물을 끼얹는 이론이다
물론 요즘 직장인들은 당당하고 현명해서 노고도 훨씬 덜하니 술 먹을 일이 많이 없겠다
상사가 눈치를 보는 시대니까
나는 원래 체질적으로 술을 잘 못 마셔서 직장 내 회식이 두려웠다
그 시절에는 상사가 권하는 술을 거절할 수 없는 시대였으니까
집으로 귀가할 때는 늘 술을 토해내야 하는 괴로움에 시달렸다
이틀에 한번 꼴로 그 고역을 겪어가며 직장을 다녔다
퇴임을 한 후에야 그 고난에서 헤어났다
그렇게 몸을 많이 혹사시켰다
젊음이 나를 지켜냈다
이즈음 못 먹던 술을 다시 입에 대기 시작했다
왠지 술 한잔이 딱딱한 삶에 활력소가 되기 시작했다
몸 전체가 긴장이 풀리고 노곤하게 릴랙스 되는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십 년 안 먹던 술을 다시 한잔씩 먹기 시작했다
수명을 단축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잔의 술이 왠지 좋아졌기 때문이다
나이 탓이다
술 못 먹던 사람이
술을 먹기 시작하는 이유를 영국 논문이 과연 이해할까 모르겠다
술은 신이 창조한 최고의 음식이다
수많은 사람을 죽음의 문턱에서 살려낸 음료
삶을 울고 웃게 하는 위로의 명약이기 때문이다
춥고 쓸쓸하고 외로울 때는 맘껏 마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