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가에 핀 넝쿨 장미가 진다
사진을 찍는 나에게
길 가시던 할머니가 묻는다
"장미가 왜 그리 시들었대요"
"비가 안 와서 그런가요"
나는 말했다
"아니에요 한동안 활짝 피어서 아름다웠어요"
"이제 질 때가 돼서 지는 겁니다"
대공원 장미축제도 끄트머리다
장미들이 잎을 떨구며 지고 있다
십일 붉은 꽃이 없다고 했지만
보름간 활짝 핀 장미향이 너무나 고혹적이었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면서 꽃도 수명을 다 한다
내년 유월을 다시 기약하면서
장미 꽂은 매년 다시 핀다
유월 한철 피고 지지만 또 피러 다시 온다
사람은 한번 피면 그만인데
꽃들은 하염없이 피고 진다
그러니 후회 없이 잎을 떨구며 간다
사람은 한번 가면 그만인데
재건축 단지 울타리에 핀 넝쿨 장미는 올해 수명을 다한다
포클레인이 와서 아파트며 담장까지 모두 허물어버리면 폐쓰레기로 전락할 것이다
그것도 모른 채 내년을 기약하는
장미가 진다
내 마음에 장미도 진다
세상 낙오자 같은 한낮에 빗살무늬처럼 비스듬히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