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상상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5. 7. 28. 16:58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상상


              맹그로브숲에 당신이 살고 있네
              나무 잘타는 원숭이 아들과 뻘게를 잡아 먹으며 살고 있네
              새카맣게 그을려서 눈동자와 이빨만 드러내고 웃네
              지붕 틈사이로 쏟아지는 별을헤며 살고 있네
              내가 낳아놓은 자식은 원숭이를 닮아 혼자서도 잘 크네
              맹그로브 나무 그늘에는 카누같은 배 한척이 놓여있어
              삼백육십오일쯤 노를 저으면 대서양을 건너
              나를 만나러 올수도 있건만 올 생각을 통 안하네
              이쪽으론 고개도 안 돌리네, 오줌도 안 누네
              오늘은 내가 바오밥 나무를 지고 당신을 만나러 가는 날
              바람같은 나를 알아봐는 줄까나 몰라
              어쨋든 하늘에 구멍이 뚫린 거대한 집을 지어 줘야지
              그리고 그곳에서 새카만 당신과 원숭이 아들과
              뻘개를 잡으며 살아가야지
              그리고 통나무 배를 타고나가 흰고래도 잡아야지
              나도 그렇게 새카맣게 타서 가뭇없이 웃어야지
              장마가 끝나면 그 숲으로 당장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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