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단사 가을
백단사 뒷뜰 절기둥에 기대어
기우는 해그림자를 한참 바라봤어요
산신각을 오르는 계단에 떨어진
갈참나무 이파리들이 바람에 휘날리구요
옷벗는 나무들의 웅성거림을 들었지요
당신을 잊는다는 일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거반 익숙해져 가네요
저앞 해지는 산능선따라 곱게물든 단풍의
행렬도 이제 막바지네요
내 화려했던 옷들도 벗어줘야할 시간
나도 나무처럼 비탈에 서야하나 봅니다
투정 부리는것 마냥 처마끝 풍경소리가
댕그랑 거립니다
까르륵 당신의 웃음소리도 들립니다
그렇게 절기둥에 기대어 한숨짓다 내려갑니다
속절없이 돌아갑니다
강원도엔 밤새 눈이 내렸다네요
백단사 자작나무숲도 곧
하얀 홑이불을 덥고 겨울잠에 들겠지요
동안거 고요가 모두
그 시름을 덮어 줄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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