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아들
내 아들도 시인이 됐으면 좋겠다
이 팍팍한 세상에서 한줄기 샘물같은 사람이되어
한많고 힘겨운 사람들 가슴을 적셔줬으면 좋겠다
애비가 어스름 저녁에 베란다에서
지는 노을을 보며 눈시울 적실때는 그 풍경을
시로 옮겨줬으면 좋겠다
아들의 인생이 애비의 인생처럼 부디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쟁같은 세상에서 전투를 하듯 살아가지만
아들아 잠시 싸움를 멈추고 산을 보거라
산목련 산벚꽃 피고 산비둘기 울어대는
오월의 봄이 있지 않으냐
나는 내 아들이 포화속에서 시한줄 못 읽고
생존만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슬프다
꽃을 볼줄도 알고
하늘을 쳐다 볼줄도 알고
북두칠성의 자리와 노을지는 강가를 여행하며
살아주길 바란다
또 애비의 곤궁했던 생을 한줄의 싯귀로
남겨주면 좋겠다
나 가거던 네 애비가 글을 사랑하고
그림을 좋아했던 사람으로 기억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너는
늦은저녁 베란다에 애비처럼 서있지 말거라
그냥 무심하게
글을 사랑하는 가난한 시인이 됐으면 좋겠다
ᆞ
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