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강릉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7. 8. 11. 08:16


 



                강릉



                 

                공항에서 보온병의 생강차를 마시고

                '강릉'가는 막차를 탓다

                창밖은 뻘처럼 어두웠고 리무진 버스는

                그런대로 안락했다

                삼경에 모텔에 짐을풀고 소머리국밥에 소주를 마셨다

                그 새벽녘 심한 감기와 뜨거운 통정을 나눴다

                그리고 슬퍼서 몰래 울었다

                포구 근처를 걸을때 심한 바람이 불었다

                방광이 터질듯해 추한 화장실에서 오줌을 쌋다

                '물치항'으로 택시를 타고가서 아침 회와 매운탕과

                소주 한병을 먹었다

                강풍에 흔들리는 등대에게 그냥 할말이 없고 미안했다

                동해로 가는 버스를 배웅하며 또 미안해 했다

                나는 미시령 고개를 열두고개 넘듯 넘고 또 넘었다

                생의 여정은 통열하고 극적이고 난해하다

                사랑의 기억은 연민만 남는다

                감기걸린 강릉의 그밤을 오랫동안 사랑했다

                 

                지금도 '물치항'에서 전갈이 온다

                죽기전에 꼭 한번 들러 가라고

                몇십년도 더 지난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를

                재개봉 한단다

                지금봐도 그 감정이 살아날까 두렵다

                그날 강릉은 '크린트이스트우드'의 가을처럼 쓸쓸해서

                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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