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문상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8. 7. 15. 21:32

 



                問喪

                 

                박시인은 참 착한 사람이다

                누구에게 害 끼치는 일은

                할 위인이 못되고

                늘 아이들처럼 해맑고 순박한 사람이다

                막걸리도 참 좋아하고 산에 두루 다니는 것도 좋아했다

                물론 건강 유지에 산행만큼

                좋은 운동은 없다

                어제 2호선 전철 사당에서 헤어지면서 그에게 말했다

                "내일은 산에 가지마"

                "폭염에 더위 먹으면 다음날 일도 못해"

                "알겠다" 하며 그가

                악수한 손에 힘을 꽉 주며 웃었다

                그러더니 오늘

                기어이 건강 챙기려고 간 산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운명을 달리했다

                生이 이리 허망하고 무참하다

                어제 본 文友가 오늘은 이 세상에 없다

                나의 生도 이와같이 기약이

                없으려니 한다

                검은 티셔츠를 주섬주섬 걸치고 황망하게 문을 나선다

                문밖은 한여름 더위로 여전히 끓고 있다

                그사람은 갔는데 상청 옆에서

                나는 산사람이기에 돼지머리 편육과 육개장을 앞에 놓고

                소주 잔술을 목으로 넘기며 앉아 있다

                어제는 마주보며 술잔을 기우렸었는데

                <박가월 시인 상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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