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내가가끔공항에가는것은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6. 23. 22:24

 



                내가가끔공항에가는것은

                떠나가는것도아니고누굴마중나가는것도아니다

                그저오고가는사람들을영접하는일이다

                알고모르는것이중요한게아니니딱히신경쓸일없이심드렁히

                입출국흐름을지켜보다오는일이다

                뻘밭을지나고청라를지나울역컴컴한환승장을지나동작쯤오면

                김치찌개시큼한비게냄새가나서이수에서내린다

                남성시장에서김치찌개에소주한병놓고늦은저녁을먹노라면

                한생애가다가는듯허허롭다

                내가가끔공항에가는것은전생에새였기때문인지역마꾼였는지를

                알아보기위해가는것은아니다

                오고가는군상들틈에끼어돌돌이를굴리며오르락내리락하고

                놀고싶을뿐이다

                편의점도시락하나까먹고박카스한병마시고공항전철에오르면

                마치먼여행에서돌아오는류시화나아이돌같은기분을흉내내는것이다

                공항의이별같은것은없고새의고향이기때문에새와그알들을

                보러가는것일뿐이다

                이걸누가알면미친놈이랄까봐나만알고몰래숨겨온비밀병기중

                하나다

                나라마다공항냄새가다르듯사람냄새도다르다내가다녀온나라

                사람냄새를기억하며내나라로나는돌아온다

                새는오늘도대서양을날아가고새의알들은이곳저곳하염없이

                헤메고다닌다

                나는이수에서여의도가는사호선전철을탄다그리고대공원다음역에서

                내릴것이다

                내가가끔공항에가는사실을적에게알리지마라

                미친놈소리듣기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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