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 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11. 2. 10:48

 




              아 들


               

              장가 안간 아들의 나이가 불혹이다

              혼자 사는 사연의 일부는 내 과실도

              없지않다

              우리 부부는 모범적인 삶의 풍경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니 필경 결혼은 똥밟는 짓이라고 애들은 판단하고

              있을께다

              사람의 인연이란 기구하다

              안맞는 사람과 평생을 산다는 것은

              본인들도 고역이고 그것을 보고사는 자식들은 더한

              고통을 겪을께다

              자식이 무슨 죄가 있는가

              이 모든 것이 운명이고 팔자다

              다 내가 선택한 길이었고 그러니

              다 내 탓이라 생각한다

              아들은 장희빈보다 더 독선적인 에미를 한집에서 보고

              자라서 여자에 대한 로망이 전혀 없다

              세상 여자들에게 관심이 없다

              세상에는 괜찮은 여자가 훨씬 더 많다는걸 잘 모른다

              살림을 때려치운 마누라 덕으로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집안살림 모든 신변잡귀는 내가 케어해 준다

              밥, 반찬, 빨래, 청소, 속옷구입까지 노는 내가 모든 것을

              다 관리해 준다

              애가 벌써 블혹의 나이라니...

              내가 그 나이엔 최백호의 노래처럼 섹스폰부는 중년

              아저씨가 아니었던가

              요즘 들어 철이 났는지 내 걱정을 하며 잔소리도 꽤 한다

              옷 두둑히 입고 다니라든지

              밥 때 거르지 말라던지

              용돈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든지

              먹고 싶은거 없느냐던지

              아픈데는 없냐는지

              건강관리 잘 하라라든지

              필요한거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든지...말이 많아졌다

              내 생각은 빨리 좋은각시 만나 제금 났으면

              좋겠구만서리ᆢ

              애가 중년이니 나는 당연히 그만큼 늙고 말았다

              꼰대소리 안 들으려고 용을 쓰지만

              세월이 무상하니 노땅은 영원한 노땅이다

              이제 아들이 늙어간다

              나도 이제 이막이장에서 퇴장할 시간이 다가오는게다

              아들아, 애비에미는 평생 쌈박질만하고 뽄때없이 살아

              보여줄께 없었지만 우리집에 온 네 운명 이었다

              미안하다

              너는 부디 후회없이 잘 살아다오ᆢ

              점술가의 예언으로는 아들이 올해안에 장가간다고 했는데

              이 해도 이제 두어달 남짓 남았으니 돌팔이 점쟁이의 완전

              뻥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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