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을
저녁 공원 산책길에서 어느 노부부의 실랑이하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다
아내는 운동 기구중 자전거를 닮은 다리 근력강화 운동기구
페달을 열심히 밟는 중이었고
남편은 벤취옆 가을나무의 벗겨진 겉껍데기를 뜯어내고 있었다
"여보! 왜 나무 춥게 겉껍질을 벗겨내는겨?"
"추워지면 껍질속에 벌레들이 숨어들어 동면 한다니까"
"아니 벌레들도 그렇게해서 얼어죽지않고 살아야지"
"벌레가 나무에게 뭐가 좋다고 그래"
"벌레도 필요하니까 존재하는것 아니겠어?"
"벌레가 뭐가 필요해? 나쁘지ᆢ"
두분다 틀린 얘기가 아닌데
누구 말이 맞는걸까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ᆢ
부부는 생각이 서로 다른데도 한평생을 같이 살아왔다
부부 마져도 다 내맘 같지 않은게 사람 마음인데
남이야 오죽 하겠으랴
이해하고 배려하고 용서하고 참으며 여기까지 온 것이리라
가을 아욱 된장국을 끓였다
보리새우와 홍합살을 넣었더니 궁합이 딱이다
음식처럼 사람도 궁합이 맞아야 달고 맛있게 오래 함께 산다
보아하니 두 노부부의 궁합은 최고의 궁합이다
티격태격 하면서도 오늘까지 大過없이 살갑게 살아왔으리라
제 철 아욱국의 진한 맛처럼 말이다
남남이 서로 만나 애낳고 키우고 집사고 결혼시키고
손주 보고나면 딱 이 노부부처럼 저녁 노을 이련가
길고도 짧은 세월이 그렇게 흘러서
저녁공원 산책길에서 둘이 이렇게 답없는 가벼운 다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나치며
노을같은 풍경이 아름다워서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