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苦海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4. 1. 01:37


 




              고해


               

              어스름 아파트 사위는 조용하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목련꽃만 하얗게 빛나고

              돌아보지 마라 돌아보지 마라

              옛생각에 잠겨 시름하는데

              등나무 벤취위로 노란등이 켜진다

              또각또각 처자들 귀가하는 소리

              가깝게 들리고 들고양이 슬그머니 곁을 지나간다

              쪽파 한단 사들고 가다 동네 카페에서

              내린 커피한잔 마시고 앉아있다

              자꾸 입이 말라서 카페인을 줄여야 하는데 쉽지않으니

              이것도 마약 중독이다

              파김치를 담궜는데 간이 잘못돼서 너무 짭다

              부지런히 나가 섞을 요량으로 담근 양만큼 또 샀다

              살짝 데쳐 잽싸게 함께 버무려야 겠다

              어두운 저녁

              목련만 도드라져 하얗게 빛이 난다

              고층 아파트 불은 반도 안 켜졌다

              돌아다니지 말라는데 다들 먹고사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한 모양이다

              가자 파김치 버무리러..

               

              "하루종일 점심도 못먹고 일만하고 돌아오니

              들에 핀 꽃같이 서럽다" 고

              폐북에 어떤 이가 이리 하소연 했다

              "사는게 苦海"라고 답글 달아줬다

              엊그제 담근 물김치가 알맞게 익었다

              한그릇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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