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대가 온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9. 28. 00:07


그대가 온다

내일은
그대가 돌아오는 날이다
천년을 돌고 돌아 돌아오는 날
풀꽃도 눕고, 잠자리도 눕고, 청둥오리도 눕는 날이다
나 혼자 일어나 들길로 나가
그대를 맞으리라
여울목 저편 산기슭으로 산비둘기 울고
저수지 물결 잔잔한 바람을 타고 그대가 온다
이룰 수 없는 인연으로 천년을 돌아 소식도 없이 찾아온다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으리라
그대의 소리는 바오밥 나무처럼 신령스럽다
화살나무처럼 살스럽다

그대가 온다
십육Cm 킬힐을 신고
작두 타듯 가벼운 몸으로
망토를 휘날리면 온다
무릎 꿇고 영접하리라
천년을 돌고 돌아오는 날을
그대들은 아시는가
그녀의 천 번째 혼삿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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