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버려야 가벼워 진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9. 26. 07:53

버려야 가볍다

넥타이 157개와
스카프, 목도리 63개와
모자 75개와
구두 25켤레와
손목시계 13개와
목걸이 32개
팔찌 37개
반지 21개
선글라스 23개
가방 27개

이젠 다 필요 없어졌는데
아까워 아직 못 버리는 것은
미련과 욕심과 탐욕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물건들을 버리는 날이
정녕 자신을 비우는 날이다
얼마나 과욕 덩어리였는지
두고두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동묘나 종로 3가 송해 거리로 나가서
펼쳐놓고 오백 원씩에라도 내놓아야겠다
아니면 날 잡아 중앙공원에 자리 깔아놓고 천 원씩만 받고 팔아 무료밥차 기부금으로 써야겠다

이 애물단지를 처분하는 날
비로소 내가 가벼워지는 날이다
그간 탐욕의 나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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