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고마운 일이 많아졌다
새 아침을 맞는 일도
하루를 보내고 편안한 잠자리에 드는 일도
산책길에서 만나는 숭어 떼와 왜가리와
먼 산들마저도 감사하다
두발 성성히 걷는 일도 고맙고
저무는 저녁놀도 고맙다
노란빛의 천변 가로등도 고맙다
왜 일찍 이 모든 고마운 것들을
모르고 살았을까
철부지 시절에는 제 잘난 맛에만 살았으니
안하무인(眼下無人) 무엇이 감사한 일인지
알리가 없었다
大過없이 살아낸 내 生이 고맙고 감사하다
아직도 내 주위에 남아준 사람들이 고맙고
잊지 않고 안부 물어주는 친구들도 고맙다
냇물에 떠가는 단풍잎이 고맙고
잘도 커서 꽃 피우는 내 바이올렛 화분이 고맙고
가을 햇살에 뽀송뽀송 말라가는 빨래조차 고맙다
이렇게 감사할 일이 많은 것을
모른 채 살아왔던 지난날도 어쩌면 고맙다
온통 세상천지 고마운 일들 뿐이라 오늘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