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책의 위로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10. 17. 00:53


책의 위로

책 서너 권을 머리맡에 두고 번갈아 가며 읽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때는 책들끼리 스토리가 섞일 수가 있겠다 싶지만
그렇지는 않다
책 내용이 비슷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책들은 내용들이 각자 다 다르다
간혹 읽은 내용을 잊어버려서 연결이 안 될 때도 있지만 서너 장 뒤로 가보면 기억을 되살릴 수도 있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
서너 권의 책을 함께 읽는 것은 다급한 욕심에서 이다
한 책을 읽고 있으면 다른 책이 궁금해져서 읽던 책을 접어두고 자연스럽게 딴 책에 손이 가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런 책읽기 습관이 길 들여지다 보니 크게 불편한 점은 별로 없다
여러 권의 책을 같이 함께 읽다 보니 오히려 나름대로 독특한 내용들이 서로 함께 해줘서 나름 재미가 쏠쏠하다
침대 머리에 놓아둔 책들은 늘 위안이고 위로가 된다
한 밤중에 잠에서 깬 날이나
잠 못 드는 날이면 지척의 손으로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의 유별난 독서 습관은 조급증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 조급증이 발아된 곳이 어딘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울이거나 허기나 공황장애가 아닌가도 싶다
진중하지 못한 허기에서 비롯된 불안일 수도 있고
불안감에서 오는 일종의 방어 행동 일수도 있겠다
여하튼 여러 권의 책을 동시 다발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바람직한 독서 방법은 아니겠으나 나는 늘 그렇게 책을 읽어왔고 그렇게 읽고 있다
요즘처럼 환란의 시기에 책 읽기마저 없었으면 돌아버렸을
것이다
양귀자 샘의 장편소설 '희망'은 597쪽이라 배부르고
기준영의 소설집 '사치와 고요'는 30여 쪽의 글들이라 홀가분해서 좋고
백금남 씨의 소설 '김 씨의 나라'는 역사 속이라 좋다
이렇게 번갈아가며 읽다 보면
몰래 아침이 다가와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제 잠 좀 자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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