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어 헤매던 날
가슴을 두고 벼랑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곤 했다
격랑은 포구에 갈매기 날개처럼 파랑의 꼭대기에 올라 나를 쳐다봤다
마음을 잃는다는 일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배우고 나서
나는 다시 그리움 따위를 품지 않기로 했다
낙엽 한 장이 지는 이유를 묻지 않겠다
계절이 가고 오는 이유도 궁금치 않다
다만 마음이 문을 닫을 때 가슴은 고드름처럼 뾰족한 상처를 안고 만다는 것이다
이맘때 즈음 갈 곳 잃고
헤매는 이유는
나이를 먹어 너무 아는 게 많아서 이다
보고 들은 게 많아서 이다
겪은 게 많아서 이다
이젠 받으려 하지 말고
주는 일이 내 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