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흔들리는 오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2. 11. 01:36

 

 

흔들리는 오후

 


얼굴 주름만 생각했지
마음의 주름은 생각 못 했다
얼굴만 보살피고 속은 보살피지 못해서
겉만 멀쩡하고 속은 늙어 버렸다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에 비행기구름이 생긴다
푸른 자리에 긴 하얀 자국
그 자국은 천천히 흩어져 다시 하늘이 된다
우리도 지나온 자국이 있다
계절마다 녹아내려 희미해진 추억의 자리

수백, 수천억, 수십조
있는 자들은 돈은 그냥 숫자일 뿐이다
5만 원짜리가 부족해서 은행 출금이 원할치 않다
어디에다 모두 숨겨 놓았을까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은 매일매일이 어렵다
자본주의의 모순
빈익빈 부익부
소득이 재분배되지 못하고 빗살 무늬처럼
한편으로만 기울어져 있다

있는 자들의 횡포는 날로 심하다
없는 자들은 노예 삶이다
사기꾼만 판치는 시대에 정직한 이들만 생 고생이다
물가에 노는 청둥오리가 부러운 세상이다
봄이 와도 사람들의 세상은 여전히 흉흉하다

비행기가 관악산을 넘어 영종도로 하강한다
천변에는 백로가 서 있고
버들강아지 솜털이 탐스럽다
늙은 시츄 한 마리가 방한복을 입고 산책을 나왔다
개 팔자가 사람 팔자보다 낫다

흔들리는 오후에는 바람조차 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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