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벽에 못을 박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5. 21. 07:34

 

 

벽에 못을 박다

 


오늘은 어제 사온
육수용 멸치 한 상자 똥을 딸 거다
한 박스를 다듬으려면 제법 시간이 걸릴 거야
진득하게 해야지

어제는 감잎차 만드느라
감잎 따다 덖었는데 실패했다
곤죽이 돼 버렸어
반나절이나 고생했는데
담엔 잘해야지

쪽파 다듬는 일이나
멸치 똥 따는 일이나
찻잎 덖는 일이나
밭 냉이 뿌리 다듬는 일이나
다 수행하는 일 같아서
요령피지 않고 열심히 정진한다

손질한 멸치는 프라이팬에 달달 볶아 식혀서 밀봉 보관해야

오래 두고 사용한다
비닐백에 넣어 바람 통하는 베란다 벽에 걸어야지

바람벽에 뭐 걸린 게 많네
양파, 미역, 다시마, 황태, 마늘,
인진쑥, 종자 옥수수

농사 지을 것도 아닌데
종자 옥수수는 왜 걸어 놨는지 모르겠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迷妄  (0) 2021.05.23
미련한 사랑  (0) 2021.05.23
거울 없는 집  (0) 2021.05.18
볕 잘 드는 방  (0) 2021.05.16
바람의 生  (0) 2021.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