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迷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5. 23. 17:46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
창문을 열고 물끄러미 천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직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활동하는 낮 동안은 아무 생각도 없이 저절로 움직인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무료한 하루
늘 남 같은 나를 보는 것 같다

잠자는 동안은 죽어있는 시간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때론 아침이 생소해지기도 하고
생사는 사고에 달린 것인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생각에 따라 생사가 마치 구분되는 것처럼

차량들의 궤적 소리나
산비둘기 울음소리를 들을 때
몽환적일 때가 가끔 있다
그날 세상의 아침은 지극히 비 현실적이 된다
사고가 사유스럽지가 않다
하늘에서 들리는 바람소리 같다

그냥 산다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이 없지만
어느 시점이 오면 그렇게 된다
심드렁해지고
무의미해지고
말수가 줄어들고
중심이 흔들리고
비척거리게 되는 그런 시점

나를 아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를 잊어갈 때
지탱하기 힘든
의미 없는 하루가 다시 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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