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트르담의 꼽추가 좋아한 여자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7. 14. 20:49

 

 

 

노트르담의 꼽추가 좋아한 여자

 


나는 담배 피우는 여자를 좋아한다
사유나 이유는 궁금하지 않다
다만 그 사연을 사랑한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허무한 연기
폐 속 깊이 스며드는 암세포
그래도 끊지 못하는 숙명의 불씨
비벼 끄는 불씨가 불쌍해 가련해지는 사람

나는 담배를 사랑하지만 끊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곁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배 피우는 여자의 모습은 멋지다
허공으로 날리는 허무한 그 연기를 좋아한다

담배의 맛은 클라이맥스의 맛이다
절정의 맛과 비슷하며
죽음의 맛과도 비슷하다
결국 환희와 죽음의 맛이다
고통의 맛이다
클라이맥스 커피의 맛이다

나는 담배 피우는 여자가 좋다
불량해 보여서 좋다
자유로워 보여서 좋다
담배 냄새가 향기 같아서 좋다
집 없는 집시 같아서 좋다
밤낮없이 막 사는 것 같아 좋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서 좋다

늦은 밤 브룩크린 가는 열차에는 그 여자가 탄다
이방인의 도시 뉴욕에서
방랑하며 사는 여자
바이올렛을 좋아하는 그 여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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