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暴雨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7. 19. 09:38

 


暴 雨

 


언제 한 번은 쏟아내야 할 말들을 품고 산다
그 끝의 희열 한 번으로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
감추며 산다
넘쳐나는 비열한 언어들로
피 튀기는 혀의 나라
말이 죽어서 똥이 되고
정육으로 논하는 나라
...에서 할 말을 잃고 산다

영혼이 쉴 곳 조차
마땅찮은 거리에서
달랑 깡통 하나 놓고 엎드려
삭신 위로 떨어지는 동전처럼
가물거리는 별 똥으로 산다
어처구니없이
죽었거나 산 사람 흉내를 내며

제각기의 목숨들은
나름대로 살아 있다는 표시로
숨을 쉰다
숨통을 벌렁거린다고
살아 있는 것은 아닌데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한다
이쯤에서
해야 할 말들을 쏟아 버려야 한다
단 한 번의 쾌락을 위해서라도


타워크레인 위
미끄러지는 것인지 아니면
날아오르려 하는 것인지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목숨이 명줄을 거뒀다
파리 날갯짓처럼 파르르 떨다가
잠깐 사이에 말문을 닫아 버리고
해야 할 말들은 죽은척하며
명징한 노래가 되어 흘러내렸다
조회 시간에
아이들이 조잘거리는 노래처럼

"사노라면
사노라면 언젠가는".. 하는
유행가 가사처럼
쏟아내는 언어는 다시 폭우로
갈 길을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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