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나무가 죽었다
고무나무가 죽고
그 자리에 대추야자나무 줄기가 올라왔다
종려나무의 고향은 열사의 땅
사우디아라비아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낙타를 달리던 땅
카스트로의 노래가 퍼지던 사막의 길
그 길은 바람속에 묻혔다
사라의 기적처럼 인생의 싹은
화분에서 자라서
거리의 가로수처럼 온갖 풍상을 겪는다
그리고 남는건 무심의 언덕
삶의 흔적들을 펼쳐놓고 수묵의 시를 쓴다
너도 가고 나도 가는구나
바이올렛 색깔의 바이올렛 꽃대를 본다
향기없는 꽃이라 부담이 없다
늘 나를 미소 짓게하는 화초
널 닮은 사람하나 구하고 싶다
온화하게 피어서 고요히 지는
능소화가 요란스럽게 피더니
송이채 목을 떨군다
사정사정 하더라도 꽃대궁에 좀더 오래 매달려 보렴
고무나무가 죽고
종려나무 싹이 움텄다
삼십년은 지나야 대추열매가 열릴텐데
나는 그만 죽어 없어지고
할미꽃만 피겠구나
홀연히 남아있어도 좋은
고독의 고독한 상처가
대추나무 열매로 여물어 지기를
고무나무가 죽자 그 자리에
사막에서 온 대추야자 순이 움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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