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많은 것들을 위한 우울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10. 30. 00:38

 

 

 

 

 


많은 것들을 위한 우울

 


우울증 증세는
말수가 줄어들고
사람들 만나는 것이 귀찮아진다는 것
내가 요즘 그렇다

혼자 있다 보면
세상엔 나 혼자 남은 듯싶을 때도 있고
세상이 마치 멈춘 듯 착각하기도 한다
그동안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말들을 쏟아 냈는가
하지 말았어야 할 말들과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이 그렇게 남아 있었다

사실 우울은 귀향이며
내 의미를 찾는 내 안의 싸움이다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자존 영역이다

건강 설문지에 '죽고 싶은 때도 있다'에 동그라미 쳤더니

우울증 초기 진단이 떨어졌다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첨언이 붙여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운신의 폭도 줄어들고 좋아하는 여행도 할 수 없으니

답답하고 우울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치료 대상이라니 더 우울하다
크게 웃을 일도 없으니 당연히
사는 맛도 없다

우울이 내게 면벽 수행을 가르치지만
나는 매일매일 글로 나마 우울을 떠들고 말한다
수없이 많은 것들에게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국의 뜰  (0) 2021.11.02
백 년의 고독  (0) 2021.10.31
개뿔  (0) 2021.10.28
회 먹으러 가자  (0) 2021.10.26
요코의 이중생활  (0) 20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