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옷
지게로 치면 세 지게쯤 버렸다
30 년쯤 된 코트부터
남방셔츠, 많이 아끼던 철 지난 아웃 도어까지 미련 없이 다 내다 버렸다
내일은 티셔츠, 바지들 골라내
세 지게쯤 버릴 요량이다
어령 샘 가시는 거 보며
나도 슬슬 정리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오 년 차일피일 미뤄왔던 대 역사를 감행했다
옷은 엄청 무거웠다
한점 한점 사연과 추억이 묻어있는 살붙이들 같아서 서운했다
하지만 어차피 다 버리고 갈 거죽, 허울들이다
철 따라 서너 점씩이면 족할 물건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살았으니
얼마나 탐욕스러웠는가
아홉 지게는 버려야 대충 정리될 듯싶다
나를 정리하는 일을 시작했다
겉 껍데기 말고 속 검정도 열 바가지쯤 버려야겠지
정리하자
그럼 가벼워지겠지
아홉 지게 열 바가지쯤 만큼 홀가분해지겠지
그럼 하늘도 날 수 있을 거야
오늘은 무얼 버릴까
내일은 또 어떤 걸 버릴까
허울 정리를 시작했다
발가벗으면 얼마나 자유로울까
미련 없이 버려보자
새의 옷처럼 한 벌만 남겨 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