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忘月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3. 23. 07:51


 

 

망 월

 


내겐 기억이 사라졌습니다
뇌세포가 무너졌기 때문이죠
어떤 땐 내가 누구인 줄 몰라 당황하죠
아주 낯선 거리에 서 있을 때도 있습니다
친구들은 나의 술잔에 술을 자꾸 따라 줍니다
잊으라고, 잊어버리라고

정처 없이 걷습니다
길이 끝이 없어 겁이 나지요
나를 아주 까맣게 잊어버릴까 봐 두렵습니다
길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이름표를 답니다

기억은 추억일 뿐입니다
그래서 결국
텅 빈 하늘처럼 잊혀지는 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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